방황하는 칼날 さまよう刃
'비밀', '용의자 X의 헌신','백야행' 등의 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 케이고(東野 圭吾)씨의 또 한편의 스릴러.
케이고씨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반전이나 긴장감, 트릭이 부족하고 현 사회 시스템을 부정하지 않는 범위에서 결말짓는 모습이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작가는 현행법 시스템의 문제-피의자 인권을 우선시해 피해자 가족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에 대해 꼬지 않고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소설은 문제 청소년과 그들이 저지른 성범죄의 피해자 아버지, 사건을 담당한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의 청소년들은 웬만큼 큰 잘못을 저질러도 '갱생'이라는 취지에서 법이 그들을 보호해 준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고 한다.(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갱생'이 통하지 않을 범죄자에게 법은 오히려 보호막 역할일 뿐이 아니냐고 말하면서도 개인적인 복수는 더욱 인정할 수 없는.. 이 같은 이율배반 상황에서 독자는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
소설을 읽어가는 내내 얼마 전 국내에서 게시판을 떠들썩하게 했던 몇몇 고교생 성폭력사건이 오버랩 되면서 피해자 가족이 느꼈을 분노와 억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남의 얘기까지 하지 않아도 좋다. 이런건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지만, 훗날 내 자식이 저런 일을 당한다면 아비 된 입장으로 나는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몸서리쳐지는 일이니까..
역시나 이런 문제에 명확한 해답은 없다. 법이나, 개인적인 복수로 해결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 시스템 안에서 발생한 문제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일에는 무관심하여 동일한 범죄가 반복되도록 방조한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잠재적 공범자가 아닌가하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